여행의 기억

홋카이도 3일차-오타루(小樽)와 삿포로(札幌)

아구리 2011. 12. 15. 19:23

오늘로 하코다테를 떠나야 하는데, 그래도 어제 눈이 와서 아쉬웠다고나 할까요. 호텔이 베이에리어에서 한 2~3 블럭 정도라서 아침 일찍 일어나 아침을 먹고 두어시간 하코다테를 돌아보기로 합니다.

일단 조식 포함이니 아침을 먹으러 갑니다. 이곳의 경우 서양식과 일본식을 선택할 수 있었는데, 일본에서까지 서양식 먹고 싶은 마음은 없어 일본식으로 신청. 구운 생선과 하코다테의 명물이라는 오징어 회, 샐러드, 낫토 등이 잘 차려져 나옵니다. 홋카이도 명물인 우유를 한잔 쭉 들이키고 커피까지 마셔 주니 기운납니다.

아침을 먹으며 창밖을 보니 밤새 내린 눈 치우느라 모두가 분주합니다. 나와서 보니 호텔 외관도 제법 괜찮았네요.

 

눈꽃으로 뒤덮힌 하코다테 산도 꽤 보기 좋았습니다.

낮에 보니 베이에리어도 꽤 새롭네요. 사실 하코다테는 게(카니)가 유명하다는데, 가격도 부담되고 혼자 먹기에는 좀 뻘쭘한 감이 있어 다음을 기약해 보기로 했습니다.

자, 하코다테의 명물이라는 아침 시장. 전체적으로 우리나라 재래 시장과 같은 구역과, 길가에 수산물 시장이 있는 형태입니다. 10시가 다되어 가는 때라 그런지 관광객들이 상당히 많더군요.

 

 

사실 해산물 덮밥 등 사먹고 싶은 것이 많았지만, 호텔에서 아침을 너무 잘 먹은 덕에 배가 불러 200엔짜리 소라 하나만 시도해 봤습니다. 대단한 소라 맛은 아니지만 뭔가 현장감 느껴지는 맛이라고 해야 할까요? 혹시 하코다테에 도착해서 식사를 하실 분들은, 아침 시장이 하코다테 역 바로 옆이고 식당도 많으니 이곳에서 한끼 쯤 드셔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자 이제 급히 하코다테 역에서 영화 러브레터의 촬영지라는 오타루로 이동. 어차피 오타루에 가기 위해서는 삿포로에서 내린 후 갈아타야 합니다. 그래도 삿포로에 들러 체크인 하고 시간을 보내느니 짐을 들고 오타루로 직행 하기로 했습니다. 이때 필요한 것이 기동력. 캐리어는 좀 편하긴 해도 기동력이 떨어져 저는 배낭 2개를 들고 다녔습니다.

가는 동안 눈 덮힌 산을 지나 해안선을 따라 달립니다. 우연인지, 아니면 역무원의 배려인지 몰라도, 오타루까지 가는 기차는 모두 해안선 쪽 좌석 (ABCD 중 가장 오른쪽인 D)였습니다. 혹시라도 오타루에 가실 분들은 좌석을 잘 고르시기 바랍니다.

 

하코다테에서 삿포로까지는 한 3시간 쯤 걸린 것 같습니다. 꽤 긴 시간이지만 우리나라 열차 처럼 카트에서 먹을 것을 파니 덜 심심합니다. 특히 에키벤이라는 철도 도시락을 먹어보는 것도 좋을텐데, 저는 하코다테에서 이미 배가 부른 상태라 북해도 한정 삿포로 맥주 정도로 만족했습니다.

어느덧 삿포로 도착. 오타루 가는 기차는 바로 건너편 플랫폼에서 탈 수 있었습니다. (기차 행선지를 확인하기 위해 해당 지명을 한자로 확인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오타루 가는 열차의 지정석은 매우 작더군요.

 

그런데, 해안의 파도가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다소 떨어져 있긴 하지만, 이것이 오오츠크해 연안의 거친 바다인가 라는 감동.

모 여행책자의 권고에 따라, 오타루 역 한정거장 전인 미나미오타루에서 내려 오타루역까지 걸어가며 감상하는 코스로 가기로 했습니다. 미나미 오타루 역시 참으로 조그마한 시골역이더군요. 그래도 난 이런게 좋더라.

 

역에서 나와 10분쯤 걸으니, 오타루의 관광지가 시작됨을 알리는 메르헨 교차로가 나타납니다.메르헨 교차로는 유명한 오르골 가게가 있는 곳이기도 하고, 유리세공품과 미술관, 음식점이 있는 사카이마치도오리가 시작되는 곳이기도 합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관광객용 코스라는 소리죠. Smile

 

오르골당이 유명하다 하니 들어가 봤습니다. 3층으로 된 곳에 다양한 오르골이 있었고, 3층 한쪽에는 오르골의 역사를 재미있게 소개하는 박물관이 있습니다. 일단 오르골의 수에 압도되어 무얼 골라야 할지 고민이고, 다음에는 보기보다 비싼 가격에 사야하는 고민이 생깁니다. 좀 쓸만하다 싶으면 구매욕을 떨어트리는 가격표로 내려놓게 만들어 줍니다.

오르골의 역사. 초창기에는 저렇게 엄청나게 큰 기계였으나 산업형멱과 함께 독일, 스위스로 옮겨가면서 지금처럼 섬세한 기계가 되었다 합니다. 그리고 펼쳐지는 값비싼 명품의 세계. Reuge Music은 KBS “100년의 기업” 이란 프로그램에서 오르골 장인의 회사로 소개했었는데, 여기서 실물을 보게 되니 반가왔습니다...만, 가격은 정말 충격적이었습니다. 아래 사진은 크기가 작아 그나마 저렴한 편인데  126만엔이 붙어있네요.

사카이마치토오리는 유리세공품이 유명하다 합니다. 걷다 보면 수많은 유리 세공품 가게를 볼 수 있는데, 작다고 싸지만은 않더군요. 메르헨 교차로쪽에는 유리세공품 아웃렛이 있는데, 한 20%쯤 저렴하게 파는 것 같습니다. 몇개 사고싶었지만 깨지기 쉽고 짐이 많아서... 이럴 때는 커다란 캐리어에 마구 담는 것이 좋겠지만 참아야죠.

오타루 사카이마치토오리에는 과자점도 참 많습니다. LeTAO란 곳이 많았고, 우연히 건물이 멋있어 보여 들어간 곳이 롯카테이(六花亭) 나중에 여행책을 뒤적이다 보니 꼬 가봐야 할 곳이라네요. 일단 미술관처럼 우아한 건물이 인상적이었고, 과자 하나 사면 작은 커피를 한잔 주는 착한 가격이 좋았습니다. 저는 슈크림빵과 치츠가 들은 샌드 같은 것 2개를 집어 220엔에 커피까지 마실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엔 왜 이리 군것질 거리가 많은지. 가다 보니 생선가게에서 길에 가리비나 게 등을 즉석으로 구워 파네요. 저는 500엔짜리 가리비를 하나 주문했습니다.

이렇게 테이블에 놓고 서서 먹으면 됩니다. 자꾸 먹으면 식사를 제대로 못하는데...

사카이마치토오리는 여러가지 면에서 캐나다 퀘벡시티의 상점가를 생각나게 합니다. 눈이 내린 풍경도 그렇고, 오밀조밀 모인 가게에서 풍기는 크리스마스 분위기도 그렇고, 유리 세공이나 갤러리가 많은 것도 그렇습니다. 아마 둘다 눈이 많이 내리는 추운 동네라 크리스마스 기분을 내기에 적당한 곳이라서 그럴 것 같네요.

이러다 끼니 거르겠다 싶어 얼른 들어간 초밥집. 사실 한 1500엔정도 하는 참치회덮밥을 시켰는데 이 아저씨가 특마구로로 주셔서 2100엔이나 지출했습니다. Sad smile 어째 참치가 너무나도 많다 싶었는데, 잘 먹었으니 기분 좋게 내고 왔습니다.

자 이제 오타루의 하일라이트, 오타루 운하에 도착할 무렵에는 이미 5시임에도 해가 져서 어두워 져 버렸습니다.

오타루 운하는 파도가 높은 오타루에서 방파제를 세우면서 이미 기능을 상실해서 없애는 도중이었는데, 관광 자원으로 일부 보존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운하 만들고 있는 한국과는 대조적이죠?) 오타루 항에는 많은 배들이 있었는데, 딱 봐도 오징어잡이 배라는 느낌이 단번에 옵니다.

 

오타루 운하 주변의 창고들 역시 이미 분위기 좋은 음식점들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땡기는 건 많았지만 배가 이미 한가득 차있으니 입맛만 다시게 됩니다.

 

그 외 여러 금융 빌딩들이나 철길, 시장 등의 볼거리가 있습니다만 대단한 것은 아니니 취향에 맞게 훓어보면 될 것 같습니다.

 

사실 시장 골목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이 렌카요코초, 선술집 골목입니다. 일본 드라마 “심야식당”의 분위기가 나는 곳이고, 현지인들의 숨결을 느끼기 좋은 곳. 그러나 가게가 너무 작은데, 배낭 2개를 들고 들어가자니 민폐인 듯 싶어 기웃거리기만 하고 들어가지는 못했습니다. 다음에 오면 손발을 가볍게 해서 꼭 가보고 싶은 곳.

너무 늦기 전에 오타루 역에서 삿포로로 기차를 타고 왔습니다. 삿포로에서는 유스호스텔. 도미토리라 8명이 한방에서 자는 그야말로 진정한 백팩커의 세계. 사실 그렇다고 요금이 많이 싸지도 않습니다만, 어차피 잠만 자는 거 아껴야죠.

일단 짐 놓고 저녁을 먹기 위해 삿포로의 번화가인 스스키노로 이동했습니다. 숙소에서 가깝기도 하고 밤거리도 구경할 셈이었죠. 스스키노라는 곳을 성격을 표현하는 사진 한장입니다.

메이드 카페. 아키하바라에서 있는 바로 그것일까요? 이거보다 수위가 높은 가게들도 상당수에, 일명 삐끼들도 꽤 많더군요. 물론 일상적인 음식점, 술집도 많습니다.

무얼 먹을까 기웃기웃, 그러다 발견한 것이 바로 이 고기구이집입니다. 입구에서 홍보하는 일명 “만족세트”. 내용인 즉, 바에서 먹으면 1인분 모듬 소 호르몬 세트 (양, 대창 등의 내장), 반찬 1개, 그리고 맥주 1잔, 또는 일본 소주 2잔을 1천엔에 준다는 세트입니다. 어, 한국에서 양대창 같은 거 먹으면 1인 2만원은 기본인데 생각하니 상당히 메리트 있어 보이는 세트였습니다. 맛은? 특별히 양념이 되어 있지 않고 구워서 소금에 찍어먹는 형태인데, 정말 “만족”할만한 세트였습니다. 결국은 500엔짜리 곱창 하나 추가해서 더 먹었지요. 문제는, 일본 소주가 큰 컵에 나온데다 생각보다 독해서 취기가 오르더라는 것.

 

이렇게 저녁을 잘 먹고 나면 뿌듯한 마음으로 잘 수 있지요. 이제 홋카이도에서의 마지막 날을 잘 보낼 궁리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