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기억

홋카이도 5일차-신치토세 공항에서 귀국

아구리 2011. 12. 20. 00:21

5일차라고는 하지만 아침 비행기를 타기 위해 허겁지겁 일어나서 공항으로 향합니다.

멀지도 않지만 짐 들고 걷기에는 피곤하니 호수이 스스키노 역에서 삿포로 역까지 2정거장 지하철을 탑니다. 2정거장에 200엔 내려니 피눈물이 나면서 한국 교통비가 얼마나 저렴한지 뼈져리게 다시 한번 느껴봅니다. 게다가 이제는 JR 홋카이도 패스도 만료되었으니 삿포로역에서 신치토세 공항까지 1080엔이나 내고 갑니다. 이번엔 지정석도 아닙니다. 흑. 근데 생각해 보니 한국에서도 인천공항에서 리무진 버스 타면 15000원 쯤 내니까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출국하면서 보는 신치토세 공항은 생각보다 매우 현대적이고 쉴 공간이 많습니다. 그것도 라운지가 아니라 그냥 무료로. 마지막의 소파는 앉아 보니 너무 편해 한국에서 가격을 한번 검색해 보았습니다. 물론 12만엔 쯤 하는 가격 때문이 아니라 수입하는 곳이 없어 포기했습니다. (사실 가격도 너무하죠)

그리고 공항에는 뭐 나름 크리스마스 기분을 내는 장식도 있고, 추억의 낙시 게임도 팔고 있더군요. 국민학교 때 저 게임기 가진 친구가 너무 부러웠었는데.

근데 사실 신치토세 공항은 몇가지 불만 사항이 있습니다. 첫째, JR 신치토세 역에서 국제선 터미널은 꽤 걸어야 합니다. 그리고 뭔가 막판에 기념품이나 선물을 쇼핑하기에는 면세점은 너무 부실하고, 수속 전의 국제선 터미널의 상점도 매우 작습니다. (가격도 좀 더 비싸다는 느낌) 그래서 기념품이나 선물은 미리미리 삿포로에서 구입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로서 저의 갑작스런 홋카이도 4박5일 여행이 끝났습니다. 나름 틈틈히 이곳 저곳 다녀본 어줍잖은 경험으로 보기에 사실 홋카이도는 다소 어중간한 관광지입니다. 도시의 화려함, 대자연의 숭고함, 오래된 역사의 찬란함, 피로를 날려주는 햇살과 리조트 따위는 없습니다. 도시는 소박하고, 풍광은 수수하고, 날씨는 춥습니다. 게다가 한국 사람들이 보기엔 외형도 비슷하고 삶의 방식도 제법 비슷합니다. 여행자로서 뭔가 “와우”를 느낄 만한 점은 부족하더라는 거죠. 그런데, 이런 시골 동네 같은 느낌, 그러면서도 일본의 섬세함이나 도시적인 느낌을 함께 가지고 있는, 일본이면서도 일본 끝자락에서 독특한 다른 느낌을 주는 매력이 있는 동네인 것 같습니다. 이런 점에서는 한국 사람이 제주도 놀러 갔을 때, 한국 땅으로서의 친밀감과, 섬이 주는 이질감을 동시에 느끼는 기분과 비숫하지 않나 생각도 해봅니다.

어쨌든 저에게 홋카이도는 조만간 다시 한번 가보고 싶은 곳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그게 음식 때문이었는지, 마주친 사람들 때문이었는지, 자연의 매력이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죠. 어쩌면 너무 급하고 짧게 다녀와서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주저리 주저리 여행기를 적어봤습니다. 사실 이런 글이 여행 서적 만큼 상세하지는 못하겠지만, 그리고 일부 개인적인 경험이 다른 분들에게도 똑같이 일어나지는 않을 수도 있겠지만, 제가 경험한 좋은 기억을 잊지 않고 기록할 수 있다면, 그리고 누군가에게 여행에 대한 기대를 줄 수 있다면 그것도 나름 세상을 살아간 흔적을 남기는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어 남겨봅니다.